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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까지 봤다. 직장인으로서 보편적으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이 나올 것 같아서 재미있을 것 같다. 일본 드라마답게 벌써부터 교훈이 넘친다. 왓챠플레이와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하다.

  • 근무 시간과 관련해서 공감됐던 부분들이 내 입장에서는 과거라서, 새삼 최근 몇 년 새 근무 환경이 천지개벽 수준으로 개선되었음을 깨달았다.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매일같이 다치거나 아프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당시에도 그런 생각이 정말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는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들을 하고 그런 꿈을 꿨었다. 1화에서 주인공이 과거에 정확히 같은 생각을 하며 회사 생활을 했던 얘기가 나와서 잠시 그 때 생각이 났다. 지금은 단 한 순간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돈을 훨씬 더 많이 준다고 해도 그 때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1화의 교훈은 '죽으면 모든게 끝이다'
  • 실무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고집 센 중간관리자 얘기는 스크린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현실에서도 차고 넘칠만큼 당하고 있는데 재밌자고 보는 드라마에서도 이걸 보고 견뎌야 하나 싶어서 그만 볼까 싶었지만 해냈다. 2화의 교훈은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외에도 소소한 재미와 소소한 느낀 점들이 있었다.

  • 주인공이 샤오롱바오를 자주 먹어서 부럽다. 맛있는데 저렴하기까지 하다니 더욱 부럽다. 그런데 샤오롱바오를 터뜨리지 않고 항상 표면만 호호 불어서 입으로 넣는데... 내 입 안이 뜨거워서 괴롭다. 어쨌든 그래도 부럽다.
  • 종종 등장인물들의 집이 나오는데 인테리어가 예쁘다. 흰 바탕에 나무를 잘 사용한 공간이 나올 때마다 주의깊게 보고 있다. 주인공이 퇴근하는 집에 있는 소파가 나무로 된 프레임에 쿠션이 올려져있는 형태였는데 마음에 들었다.
  • 상하이반점 사장님이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의 키 큰 동료였다.
  • 부장과 부부장이 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노래가 나왔는데 <언내추럴>의 사운드트랙인 Lemon이었다.
  • 개근왕으로 나오는 주인공의 동료가 있는데 평소 회사에서의 모습보다 집에서 침대에 처박혀있다가 나온 모습이 더 멋있어서 놀랐다. 순간적으로 맥켄지 데이비스의 그레이스 같아서 그 부분만 두 번 봤다. 머리를 굳이 바가지처럼 만들지 말고 회사에도 후줄근한 모습으로 출근해줬으면 좋겠다.
  • 일본은 회식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부러웠다.

5화까지 봤다. 스스로에 대한 잘못된 평가로 인해 회사에 과한 헌신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나왔다. 직장 생활을 하는 이상 나는 조직의 일원일 뿐이고,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부품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자신이 쓸모가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인가 싶었다.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증명하느냐가 사람마다 다를 뿐.

존경하는 부장님이 항상 강조하는 얘기가 있다. 회사와 나는 계약 관계일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회사는 절대로 계약 이상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도 계약 이상의 일을 해주거나, 기대해서는 안 된다. 행동 지침처럼 새기고는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까먹을 때가 많다.

  • 2화 전에 나오긴 했지만, 개근왕 동료가 근무 시간에 집착했던 것도 실제로는 성과를 내고 있었음에도 스스로는 실력이 없다는 생각에 빠져서였다. 내가 신입이었을 때,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낼 실력이 없으니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것이 너의 쓸모를 증명할 유일한 길이라는 상사의 조언이 있었다. 상사의 얘기가 너무 설득력 있게 들렸고 실제로 성과를 낼 수도 없었기 때문에 늘 제일 먼저 출근해서 제일 늦게 집에 갔다. 주변 선배들 모두 일찍 집에 가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들도 일찍 퇴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이후 같은 팀에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나는 정시 퇴근을 했고 신입에게 정시에 퇴근해도 된다고 말했다. 신입도 정시 퇴근을 했고, 나도 그 사람도 지금도 야근은 잘 하지 않는다. 이제는 회사에 얼마나 오래 남아있느냐로 나의 쓸모를 어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게 되었다.
  • 파견직으로 왔던 디자이너도 스스로의 실력을 낮게 평가했기 때문에 인맥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이 인맥을 잃으면 나의 커리어가 끝날거라는 생각이 있었겠지 싶다. 계속되는 고객사 담당자의 성희롱을 거절하지 못하고, 심지어 스스로가 원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하기까지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무한한 불신이 필요했을 것이다. 스스로를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면서 회사에 다니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드라마에서는 아주 드라마답게 파견직원을 고용한 회사의 팀장과 임원이 겨우 수주한 계약을 포기하면서 고객사 담당자와 싸워주면서 일이 정리되었다. 현실에 비하면 이미 과하게 판타지적인 스토리지만, 팀장이 여성이 아니었다면 드라마 스토리로도 이렇게는 정리될 수 없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6화 감상

  • 남자 신입 영 마음에 안 든다 했는데 6화에서 보기 싫음의 정점을 찍는다. 실력 없이 자리만 탐내고, 사람들의 대우만 원하는데다 극도로 감정적이다. 이전 화에서 그만둔다고 노래를 부를 때 일찍이 퇴사했으면 좋았을 것을... 저 얼굴을 계속 봐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 주인공은 말로는 정시 퇴근을 한다고 하지만 거의 이 팀의 전담 똥간 청소부다. 구성원들은 끊임 없이 똥을 싸고 주인공은 열심히 따라다니며 수습한다. 본인이 조직 전체의 리더도 아니면서 구성원 개개인의 개인사를 살뜰히 돌보고 있는데, 정작 그런 시간은 업무시간으로 체크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본인 퇴근 후 동료의 집안 심부름을 하질 않나, 누군가 감정이 상해서 뛰쳐나가면 늘 따라 나가고 심지어 집까지 찾아가서 사람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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