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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는 일기를 꽤 열심히 썼다. 실물 다이어리에 손글씨로 거의 매일, 1년 이상은 썼던 것 같다. 그 때 내가 직장생활을 하던 때였는지 그 전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1년간이 좋았는지 힘들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그 일기장이 빨간색이었고 거의 모든 날의 일기가 '오늘은'으로 시작했던 것만 기억난다. 그래도 그 일기장 한 권을 다 채웠던건 꽤 좋은 경험이어서 그 뒤에도 다른 일기장에 일기를 써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지나간 일을 잘 잊는 편이다.
요즘은 일기 대신 업무 일지를 쓴다. 일주일 단위로 그 주에 내가 어떤 일들을 받았고 어떤 일들을 완료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 날 기분이 어땠는지,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 그게 맛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새로운 팀으로 오고 나서 약 6개월 간 일지를 작성하고 있는데 이건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검색은 할지언정 읽어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올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해본 해다. 처음에는 출퇴근에 시간을 쓰지 않아도 돼서 정말 행복했다. 다른 사람이 날 건들 일도 없으니 일하는 흐름도 끊기지 않고 쓸데없는 회의가 줄어드니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올라서 즐겁기도 했다.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로 일은 안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나 내용없이 화려한 말빨로 일하는 척만 하는 틀딱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전혀 없는건 아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오래 지속되다보니 놀랍게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출퇴근 시간을 감당해야 하는건 여전히 싫지만, 사무실에서도 원래 다른 사람들과 말은 많이 안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면서 일하던게 조금 그립다.
나는 종종 나의 인생과 회사 생활을 분리하지 못하고 산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둘을 분리하고 내 인생에 우선순위를 더 두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노력 조차도 잘 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종종 공허하다고 느끼는게 이 것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도 매일의 삶에서 기록되는 거라곤 업무내용 뿐이다. 게다가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내 생활과 회사 생활의 경계가 더 희미해졌다. 그래서 좀 더 내 인생에 대해 의식하고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솔직히 회사 일 빼면 내 인생이 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몇년도인지 모를 그 때 썼던 일기장을 다시 읽어보면 뭔가가 남아있듯이, 지금이라도 뭐라도 남기면 뭔가가 남아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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