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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배로 2020. 10. 25. 18:24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 예고편을 보고 기대된다고 생각했던지가 꽤 된 것 같아서 이미 개봉하고 상영이 종료된줄 알았는데 무대인사 일정이 인터넷에 올라오는걸 보고 상영 중인걸 알았다.

기대를 충족하는 영화였다. 기대보다 더 재미있었다. 특히 직장인 (중에서도 실무자)로서 공감되는 장면들이 많았고 세 주인공의 캐릭터가 아주 좋았다.

1. 세상은 세 주인공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Boys, be ambitious 라는 문장을 가르칠지언정 여성 직원들에게 야망을 가지라는 얘기는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2. 세상은 주인공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이자영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이자영의 이름이 남지 않는다. 정유나가 생각한 슬로건은 다른 사람이 발표한다. 내가 한 일에 대한 인정을 다른 사람이 받지만 억울함을 표할 수도 없다.

3. 그래도 실무자는 일을 한다. 야물딱지게.
야무지게 일을 하려다 보면 '적당히, 좋은게 좋은거지' 인간들과 대립할 수 밖에 없다. 적당한 타협이 윗선의 결정사항이라면 사실상 그 시점부터는 실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세 주인공은 끝까지 일을 완수한다. 판타지 같지만 아무런 지원도 리소스도 없이 실무자의 책임감과 양심 만으로 어떻게든 해나간다는 점에서 리얼 다큐다.

4. 사건을 벌이는 것도, 해결하는 것도 조직의 힘이다.
우리가 회사라는 조직에 모여서 일하는 이유는 나 혼자 보다 같이 할 때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큰 일을 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 영화에서 유일한 판타지는 이 부분이다. 정말로 아름답게 사용된 조직의 힘, 윤리적 결정을 내리는 의사결정권자.

개인적으로 회사 생활이라는건 끊임없는 타협과 패배에 익숙해지면서 나 자신을 잃어가는 고단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에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그러지 않아도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매일 출근한다. <삼토반>은 모든 실무자들에게 건네는 웃기고 따뜻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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